흔히 “낙태죄가 폐지됐다”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서 효력이 사라진 상태예요. 그 뒤를 이을 새 법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임신중지에 관한 법적 기준이 비어 있는 입법 공백이 8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이 글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내용, 지금 어떤 기준이 실제로 적용되는지, 국회에 어떤 법안이 올라와 있는지, 최근 미프진 도입 논의까지 순서대로 정리해볼게요.
2019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어요. 단순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이유는, 조항을 바로 없애면 법적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국회가 새 기준을 마련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예요.
이때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시한을 줬어요. 임신 초기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다고 판단했지만, 어느 시점까지 허용하고 어느 시점부터 제한할지는 입법자가 정할 문제라고 본 거예요.
그런데 시한이 지나도록 국회는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어요. 그 결과 2021년 1월 1일부터 기존 낙태죄 처벌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고, 현재까지 이를 대신할 법이 없는 상태예요.
법이 없는 지금, 검찰은 어떻게 처리하나
처벌 조항의 효력이 사라졌지만 이미 진행 중이던 사건과 이후에 접수되는 사건은 어떻게 할지 기준이 필요했어요. 이에 검찰은 법 개정 전까지 적용할 한시적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했어요.
- 임신 12주 이내이면서 사회·경제적 사유가 명확한 경우: 선고유예를 구형해요. 즉 유죄로 보더라도 형 선고를 미뤄주는 방향이에요.
- 임신 22주 이내 사건: 국회의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기소를 중지해요. 지금은 처벌하지 않고 판단을 유예하는 거예요.
다만 이 기준은 법이 아닌 검찰 내부의 사건 처리 지침이라는 한계가 있어요.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으니 의료기관과 여성 모두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돼요.
입법 공백이 만든 현실의 문제
법이 없다 보니 임신중지 의료 행위를 보험 체계 안에서 다룰 근거도 약해요. 경향신문은 2025년 8월 기사에서 낙태죄 폐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고, 임신중지 의료 행위를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어요.
의료 현장에서는 어느 주수까지 시술을 해도 되는지, 의료인이 어떤 책임을 지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병원이 시술을 꺼리면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이 정보를 찾기 어렵고 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생겨요.
2026년 4월에는 “임신중지 시스템이 없으면 36주 산모 사건이 또 생긴다”는 취지의 우려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어요. 제도가 없는 상태가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에요.
국회에 올라온 법안들
21대 국회에서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의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임신중지를 허용할 주수를 두고 의견이 갈려서 모두 폐기됐어요. 법안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거예요.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임신중지 관련 형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낸 것이 유일하다고 보도됐어요.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관련 법안은 없어요. 조 의원 안은 임신 10주 이하의 임신중지만 허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해요.
10주 기준은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 “임신 22주 내외”를 낙태 허용 기간의 예로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아요. 여성계와 의료계에서는 이 기준이 지나치게 좁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미프진 도입이 공식화되며 달라진 분위기
최근에는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진 도입을 정부가 공식화했어요. 경향신문과 플랫은 9월 중순 보도에서 “미프진 도입은 공식화됐는데 후속 입법은 8년째 미적대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먹는 약으로 임신을 종결시키는 약물이에요. 의료기관의 관리 아래 쓰도록 허용하려면 사용 기준과 처방 요건을 정하는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미프진 도입이 후속 입법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요.
다만 약물 도입과 법 개정은 별개의 절차예요. 약이 허가돼도 허용 주수와 의료기관의 책임,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법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국회가 움직여야 해요.
다른 법령도 미개정 상태예요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는데도 법이 고쳐지지 않은 사례는 낙태죄만이 아니에요. 파이낸셜뉴스는 7월 보도에서 낙태죄를 포함해 25개 법령이 여전히 개정되지 않았다고 전했어요.
이 사실은 낙태죄 후속 입법이 지연되는 일이 국회의 일반적인 입법 지연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줘요. 다만 낙태죄는 사회적 쟁점이 크고 주수 기준을 두고 견해 차이가 커서 다른 법령보다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요.
정리하면
낙태죄 조항은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지만, 후속 입법은 8년째 이뤄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검찰이 12주 이내는 선고유예 구형, 22주 이내는 기소중지라는 한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국회에는 10주까지만 허용하는 조배숙 의원 안이 유일하게 올라와 있어요. 미프진 도입이 공식화되면서 후속 입법 논의가 다시 움직일지가 앞으로의 관건이에요.